지금의 통영으로 오기 전에 '어떤 곳'의 '어떤 모텔'에서 한 달 하고 3일 동안 청소부를 했다. 예정되었던 일이 늦어졌고 몇 푼이라도 벌어야 했다. 생활광고지를 보고 전화했더니 바로 오라고 했다. 그곳에서 나보다 대여섯살 정도 어린 '실장'이란 작자에게 나는 '김씨 아저씨'로 불리웠다. 청소일을 하게 된 모텔은 이른바 '대실 위주의 모텔'이었다. 그러니까 숙박을 위주로 하는 모텔에서는 남자 청소부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대실, 즉 2시간씩 정해놓고 손님을 받는 모텔의 경우 노동강도가 아주 높기 때문에 남자들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대실 위주의 모텔일 경우 '1실 1주차'시스템이다. 객실마다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주차 하고 나서 계단 벽의 버튼을 누르면 셔터가 내려간다. 그리고 요금지불도 자동판매기 형태로 되어있다. 정해진 금액을 집어 넣으면 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카운터(직접 돈을 받지 않으니 정확히 카운터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에서는 주차하고 셔터가 내려지는 것 까지 CCTV를 통해 모니터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손님의 모습은 거의 확인할 수 없다.
일할 때는 한여름이었다. '가는 날이 장 날'이라고, 무작정 일하겠다고 간 곳이 그 모텔촌에서 장사가 손꼽히게 잘 되는 곳이었다. 리모델링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에 평균 70여개의 방이 팔려나갔다. 주말이면 이 평균에서 3~40개가 더해진다. 70개면 하루에 70번, 욕실의 물기를 닦고 정리하고 객실을 쓸고 침구를 갈거나 정리해야 한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하니까 하루 12시간 노동인데, 1시간에 6번 정도 청소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으로 나누어서 그렇다는 것 뿐. 오전에는 많은 날이 10개 정도 팔린다. 때문에 오전에는, 전날 10시 이후에 팔린 방과 숙박도 있어서 청소가 안 된 방이 많기 때문에 '대청소'라 불리는 물청소를 한다. 욕실을 세재로 깨끗이 씻고 닦아내고, 객실은 바닥과 모든 가구를 쓸고 닦고 거의 모든 침구를 교체한다.
중노동이었다. 오전부터 1시간 정도가 지나면 땀이 비오듯이 흐르기 시작한다. 문제는 금,토,일이 이어지는 주말이었다. 특히 비가 오는 주말이면 손님이 나가자마자 최소한 3분 안에 부리나케 청소를 끝내야 한다. 밖에서 계산을 하고 기다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나 '김씨 아저씨'는 이를 악물고 일했다. 왜냐하면 두 달 먼저 와서 일하고 계신 68세 되는 누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분은 그 전에 숙박 위주의 모텔에서 10여년 정도 일하다가 대실 위주로 왔는데, 버틸 수 없는 노동강도임에도 온갖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었다. 결국 그 분도 나와 거의 같은 때에 그만 두고 집(결혼을 하지 않은 채 직장을 다니고 있는 두 딸과 살고 있는)으로 들어가셨다.모텔청소는 인간이 지닌 욕망의 한 가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몸이 고된 것은 제쳐두고 정신적으로 견디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먹여주고 재워주지만(내가 일하겠다고 한 가장 큰 목적이다) 4대 보험은 물론 잔업수당 따위는 씨가 먹히지 않는 곳이다. 평일 낮에도 손님은 끊임이 없는데, 직장인은 출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욕망(그 중에서 무시할 수 없는 '사랑'도 있을까)의 분출구를 보장해 주는 곳, 거기에는 10여개의 모텔이 집성촌처럼 들어차 있는 곳이었는데, 하루에 평균 500여쌍(1000명) 정도가 왔다 간다고 했다.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집요하고 푝력적인 남성의 욕망에 대하여 치를 떨며, 모텔에서 일하던 때가 떠올랐다. 물론 <도가니>의 그것은 반인륜적인 범죄이다. 그리고 모텔은 여성의 욕망 또한 정당하게 배분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대낮에 모텔에서 이루어지는 욕망과, <도가니>의 범죄는 그 의도나 양상이 다르다. 다만 공지영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발정난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듯이, 우리사회의 '발정'과 '세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공지영의 <도가니>를 읽지 못해서 <도가니>는 영화로만 본 셈이다. 한편으로 원작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 이 사건은 아직 여러 소송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자막으로 나오듯이 일부 교사는 복직되었다고 한다. 특수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학교에서는 물론 직장에서 일어나는 성추행이나 성폭력의 가해자들에게 이 나라 관행과 법은 여전히 '일벌백계'는커녕 '무벌무계'에 가깝다.
눈물을 닦으며 소설 한 편, 영화 한 편이 세상의 변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쓸데 없는 생각이다. 책이든 영화든 자본주의 시장을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영화만 봤으니, 영화 <도가니>는 한국사회에 뿌리박혀있는 '고질'을 포개놓으며 공분(公憤)토록 하는 전략이 있다. 자본주의 시장을 벗어날 수 없다면 이렇게라도 쌓아가야 할 것이다. 알고 있으나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사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욕망과 범죄 앞에서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가을바람이 지나가는 골목, 문닫은 점포들의 언저리가 스산하다





